캡콤의 전략 변화!? 록맨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가 얼마 전에 여기서 슬쩍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캡콤은 요즘 AAA급 게임만 신경 쓰고 저자본 게임은 등한시하는 것 같다" 뭐 대충 이런 말이었지요. 사실 저도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었던 거라, 진실이 과연 어떠한지 궁금해서 한 번 조사를 해 봤습니다. 과거 3년 간 캡콤의 기록들을 말이죠.

 

 

2019년 캡콤의 발매 게임들입니다. (염가합본판 같은 게임들은 제외)

 

- 바이오 하자드 2 리메이크

-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

- 데빌 메이 크라이 5

- 사로잡힌 파르마 

- 몬스터 헌터 월드 아이스본

 

 

2020년 게임들

 

- 록맨 제로 & 젝스 더블 히어로 컬렉션

- 바이오 하자드 3 리메이크

- 데빌 메이 크라이 5 스폐셜 에디션

- 스트리트 파이터 5 챔피언 에디션

 

 

2021년 게임들

 

- 몬스터 헌터 라이즈

-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 몬스터 헌터 스토리즈 2

- 대역전재판 1&2

- 캡콤 아케이드 스타디움

- 돌아온 마계촌

 

 

2022년 게임들

 

- 캡콤 파이팅 컬렉션

-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

- 캡콤 아케이드 스타디움 2nd

-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골드 에디션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를 찾기가 힘들어서, 공홈과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고 작성한 리스트라 정확도는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만, 이 정도만으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의 캡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옛날의 캡콤이 아니라는 것

 

일단 게임의 발매수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 과거 게임 공장의 위엄을 떨치던 캡콤은 사라지고, 일 년에 신작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으로 발매하는 페이스로 돌아선 지 벌써 몇 년이나 되었네요. 그중에서도 AAA급 타이틀이 아닌 게임들은 합본으로 때우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소위 팔리는 신작들은 AAA급 게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역전재판, 록맨, 전국 바사라 같은 저자본 프랜차이즈들은 시리즈 합본판이나 염가판 말고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건 단순히 추측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됩니다.

 

그럼 캡콤의 이런 달라진 전략이 과연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 들여졌을까요?

캡콤 연도별 영업이익

 

네, 아주 그냥 초대박을 쳐버렸습니다

 

 

캡콤 팬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 캡콤은 AAA급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으로 명성과 부를 모두 거머쥐는 최고의 시기를 보내는 중입니다. 201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개쓰레기 회사라고 조리돌림 당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말이죠. 록맨을 능욕하던 죗값

 

개인적으론 그렇습니다. 취향상 AAA급 게임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 예전 글들을 봐오신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지...어중간한 거 여러 개 만들어 봐야 뭐 하냐...라는 생각을 늘 해오던 사람이다 보니, 지금처럼 바뀐 캡콤의 전략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도리어 적극 긍정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과거에는 수없이 도전하던 모바일 시장도, 이제는 거의 손 놓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발매 타이틀이 줄어들었습니다. 캡콤은 이제 자신들의 팬이 어디에 있는지 마침내 깨달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봐야겠지요. 록맨. 저예산으로 마구 찍어내는 게임의 대표 격이라, 지금 캡콤의 전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위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은데요.

 

이 압도적인 타이틀 수 ㄷㄷ

 

하지만 해킹 사태로 유출된 록맨 대전의 경우, 거의 AAA급 대작에 투자될 만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좀 의아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대충 캡콤의 의도가 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ㅎㅎ

 

이제는 더 이상 저자본으로 마구 찍어내서 팬들 푼돈 벌이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미래의 든든한 캐시카우, 확실한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자...라는 노림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록맨 11도 저예산 티가 많이 나는 게임이긴 했지요

 

그럼 굳이 캡콤이 록맨에 투자할 이유가 있나? 그 돈으로 몬헌, 바하 신작 하나 더 만들면 되지 ㅋㅋ 하실 분들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틀린 의견도 아니고요. 하지만 록맨은 다른 캡콤 게임에는 없는 독자적인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연령층 대상의 게임이라는 점이지요. 

 

캡콤의 오랜 팬이라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캡콤은 록맨 이외에도 많은 저연령 대상 게임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좋은 평을 받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 되어 버린 가챠포스라던지...

 

 

역시 잘 만들었지만 존재감 없는 보물섬도 있고...

 

 

록맨 팽 사태 이후, 록맨 대신 저연령층을 노리고 만든 듯한 가이스트 크러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 어떤 게임도 록맨 같은 성공을 거두지는 못 했습니다. 저연령층 대상 게임은 한 번 히트 치면 애니메이션, 완구 등등으로 부가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게임의 판매량만으로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죠. 디즈니 & 픽사의 카 같은 경우가 떠오르네요. 애니메이션은 픽사 애니메이션 치고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했는데, 완구가 잘 나가서 계속 시리즈가 이어져 가기도 했습니다. 😅

 

캡콤의 다른 히트 IP보다 판매량이나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저연령 대상이라는 점 때문에 캡콤의 마스코트 같은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말이죠. 게임은 나오지 않더라도 완구나 실사 영화 같은 시도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캡콤의 다른 사장된 IP들은 그런 것도 없거든요 (..) 

 

 

이쯤에서 정리해 보자면, 캡콤은 더 이상 저자본+저품질로 게임을 찍어내는 전략을 완전히 버렸다 -> 록맨은 캡콤 내에서 판매량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 -> 만약 캡콤이 록맨 신작을 낸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공들여서 프랜차이즈를 다시 일으킬만한 놀라운 작품을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예상이자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ㅎㅎ

 

사실 록맨 11 이후로 몇 년간 제대로 된 신작이 없어서 유출로 밝혀진 록맨 대전 소식에만 집착하고 있었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나름...기분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입니다. 어중간한 저예산 신작 몇 개 만들어서 연명할 바에야, 아예 제대로 각 잡고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야 프랜차이즈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디 캡콤 윗선의 생각이 저와 같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설사 록맨 대전이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다른 대형 작품을 기획해 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