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과 관련된 캡콤의 실수를 되돌아보자 vol.2

다시 돌아온 캡콤의 실수를 되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이번엔 캡콤에게도, 록맨 프랜차이즈에게도 엄청난 대미지를 안겼던 록맨록맨과 이레귤러 헌터X의 대실패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이좋게 폭망한 두 게임들의 합본팩 ㅠㅠ

 

팬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두 게임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리즈 전체 중에서도 상당히 잘 만든, 수작급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지요.

 

 

이 두 게임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들이 있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이유라고 할만한 것은 액션 게임 장르의 록맨 시리즈가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 에그제 시리즈는 상당히 잘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더 극명히 대비가 되지요. 클래식 시리즈는 최전성기가 초기 패미컴 시절이었고, X시리즈 역시 최전성기는 초기 슈퍼패미컴 시절로, 시리즈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동력을 잃어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미 클래식 시리즈는 신작이 오래도록 나오지 않던 상황이었고, X 시리즈는 X7이라는 망작 하나 때문에 프랜차이즈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후속작인 X8과 커맨드미션까지 연거푸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X8과 커맨드미션도 썩 잘 만든 게임이 아니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팬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와중이었으니, 신작이 나와도 주목을 받지 못 했던 것은 당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또 다른 캡콤의 실수로 인해 더욱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되었으니...

 

바로 이레헌과 록맨록맨을 PSP 독점으로 내버린 것!

 

제가 워낙 겜돌이에 콘솔 성애자이다 보니, 콘솔 역사와 흥망 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잘 기억하고 있는 편입니다. PSP는 소니의 첫 휴대 콘솔 게임기로 출시 전엔 엄청난 고성능 스펙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닌텐도가 만든 NDS의 참신한 기믹성과 저가격, 양질의 게임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 했습니다. 몬스터 헌터 등의 게임으로 급반등에 성공하며 성공한 게임기로 기억되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이레헌과 록맨록맨이 나왔던 그 시기의 PSP는 채 잠재력도 피지 못 하고 빌빌대던 시절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레헌과 록맨록맨은 시리즈 역사상 최악의 론칭 판매량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침몰하게 되었죠. 지금이야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게 당연시되니 잘 체감을 할 수 없습니다만, 그 당시엔 한 기종 독점으로 게임을 내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고, 게임을 잘 만들어도 마이너 한 하드 때문에 뻣어나가지 못하고 묻힌 명작 게임들도 많았습니다. 이레헌과 록맨록맨이 바로 그런 사례였죠.

 

만약, 이레헌과 록맨록맨이 PSP 독점이 아닌, NDS나 PS2로도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역사에 만약은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그래도 독점일 때보단 훨씬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막 시리즈 자체의 미래를 바꿀만할 정도로 대히트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요. 

 

사실 PSP 독점 같은 요인 말고도, 이레헌과 록맨록맨이 실패한 이유는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마케팅을 안 해서 팬인데도 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태생부터가 리메이크작이라는 한계도 있었죠. 제목도 애매하게 지어서 이게 무슨 작품인지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록맨X 리메이크, 록맨 리빌드 같은 식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결국 두 작품의 대실패는 시리즈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게 되었고, 클래식 시리즈는 이후 추억팔이라고 매도당하는 록맨 9,10을 내고 오랜 침묵을 거치다 11로 겨우 부활에 성공. 하지만 X 시리즈는 이레헌 이후로 18년간 후속작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X 다이브도 시리즈 작품이라고 치자면 칠 수 있겠습니다만...뭐 사실 팬들이 바라는 건 X8 이후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캡콤의 주특기가 추억팔이, 우려먹기인데도 불구하고...이 두 작품은 나온 지 거의 20년이 다 돼 가는 중인데도 타 기종으로 이식 한 번 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ㅎㅎ 아직도 PSP 독점. 얼마나 크게 실패했으면 캡콤이 이렇게까지 손절치나 씁쓸할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