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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맨과 관련된 캡콤의 실수를 되돌아보자 vol.3

빛박사 2023. 12. 4. 22:17

 

어느덧 세 번째 시간을 맞이하게 된 캡콤의 실수 되짚어보기 시간입니다 ㅎㅎ 이번엔 에그제 시리즈가 유성의 록맨 시리즈로 스무스하게 바톤 터치하지 못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팬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록맨 에그제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혜성같이 등장해 시리즈를 구원해주었던 구세주였습니다. 클래식과 X 시리즈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던 중이었던지라... (대시는 폭망)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록맨이었던 에그제의 히트는 시리즈의 수명을 늘려줌과 동시에, 록맨이란 프랜차이즈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금 재고할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GBA라는 하드웨어의 탄생과 종말을 함께 하며 완결된 에그제 시리즈는, DS용 유성의 록맨 시리즈로 바톤 터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유성의 록맨 시리즈는 에그제 시리즈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작품이 나올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며 3편이라는 짧은 편수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성의 록맨이 완결된 후, 십수 년이 지난 현재도 데이터 액션 RPG 장르의 록맨 시리즈는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성의 록맨이 에그제처럼 히트하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글루스 시절에도 잠깐 언급했었던 이야기긴 한데, 이번엔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식 넘버링

배틀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
배틀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2
배틀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3
배틀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3 블랙
록맨 에그제4 토너먼트 레드선•블루문
록맨 에그제5 팀 오브 블루스•커넬
록맨 에그제5 트윈리더즈
록맨 에그제6 전뇌수 그레이거•파르자

록맨 에그제 오퍼레이션 슈팅스타

 

외전

록맨 에그제 4.5 리얼 오퍼레이션
록맨 에그제 배틀칩 GP
록맨 에그제 N1배틀
록맨 에그제 트랜스미션
록맨 에그제 WS

 

폰겜

록맨 에그제 팬텀 오브 네트워크
록맨 에그제 레전드 오브 네트워크

 

아케이드

록맨 에그제 배틀칩 스타디움
록맨 에그제 메달 오퍼레이션

 

 

에그제 시리즈 목록인데, 뭐 록맨 시리즈 찍어내는 거야 캡콤 전통인데 새삼스러울 거 있나? 싶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은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캡콤이 에그제 1편을 낸 것이 2001년도인데, 완결작인 6편이 2005년에 나왔다는 것. 1편의 리메이크이자 유성의 록맨과의 콜라보 작품인 오퍼레이션 슈팅스타는 유성의 록맨이 완결되고 나온 작품이라 제외하고, 그 외 모든 작품들이 단 4년이라는 시간만에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는 점입니다. 넘버링 완결작이 6편인데 완결에 걸린 시간이 4년이니 (..) 넘버링 작품 하나가 나오는데 평균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의 게임 제작 속도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오버 페이스 발매 속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에그제 시리즈의 주요 스탭이었던 에구치 마사카즈씨가 얘기한 바에 따르면, 그 시절 에그제 시리즈의 숨 쉴 틈 없는 개발 속도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캡콤은 바이오 하자드 GC 이적 사건등, 여러 사업적 판단 미스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몬스터 헌터 같은 초히트작이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땐 아직 날개를 채 펴지 못 한 흔한 인기작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캡콤 전체를 견인하지는 못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캡콤의 실적을 보면...

 

캡콤의 실패작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던 시절이기도...

 

때문에 적은 개발비로 재빨리 개발해 발매할 수 있었던 에그제 시리즈는 그 당시 캡콤에게 톡톡한 효자노릇을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동안 숨 가쁘게 달린 에그제 개발진들에게 캡콤은 어떤 오더를 내렸을까요?

빨리 다음 시리즈 기획해라

그리고 1년 안에 발매하도록 😎

 

에그제6가 2005년 완결되고 난 후, 시스템, 스토리, 캐릭터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완전신작 데이터 액션 RPG인 유성의 록맨 첫 작은 단 1년만인 2006년 연말에 발매되게 됩니다. 에그제 시리즈의 주요 스탭들이 그대로 참가했지만, 게임의 완성도는 혹평을 받게 되었고 초기 출하 50만장은 엄청난 덤핑을 맞으며 신품이 500엔에 떨이로 팔리는 등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죠. 

 

캡콤의 탐욕이 넘쳤던 3버전 동시 발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캡콤의 전략 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그제 시리즈는 6편을 쌓아오면서 발전된 시스템과 완성도를 가진 게임이었기에, 그걸 전부 리셋하고 새로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팬들은 이미 에그제6 정도의 볼륨과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는데, 이제 와서 에그제1 수준의 콘텐츠를 가진 유성의 록맨을 들이민다고 유저들이 납득할 리가 있을까요? 

 

4년 동안 미친 듯이 고생한 에그제 개발진들을 위해서라도, 캡콤은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을 더 들여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야 했습니다. 만약 유성의 록맨 1편이, 시리즈 완결작 3편 정도의 완성도로 처음부터 등장했다면...유성의 록맨 시리즈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뭐 근본적인 시스템 설계 자체가 에그제만 못 하다는 팬들의 비판도 있긴 하지만요. (저도 살짝 동감하는 편이고)

 

그렇게 1편에서 혹평을 받은 유성의 록맨 시리즈는 후속편이 나와도 반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계속 침몰해 가게 됩니다. 그래도 액션 장르였던 클래식이나 X시리즈보단 많이 팔리긴 했습니다만 (..) 결국 캡콤은 유성의 록맨이 지지부진하게 완결되자 다시 에그제 카드를 꺼내 들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오퍼레이션 슈팅스타 😒 하지만 너무나 성의 없는 게임 내용에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지 못하고 바로 묻혀버리게 됩니다. 아니 꿈의 콜라보 게임이라면 완전 신작을 내야지, 1편의 리메이크 (라고 하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리마스터급도 안 됨) 에 콜라보 콘텐츠 꼽사리로 끼워 넣은 게임이라니...캡콤이 그 당시 록맨이란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임이 바로 오퍼레이션 슈팅스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의 캡콤은 예전과 달리 저예산으로 찔러보다 하나 터지면 신나서 마구 찍어내는 (..) 싸구려 전략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록맨 11이 시리즈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신작이 안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이제 더 이상 캡콤은 100만장 정도의 판매량으론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신작이 너무 나오지 않아서 속이 타들어 가긴 하지만, 그래도 신작이 나온다면 유성의 록맨 1편같은 과오는 저지르지 않을 것 같아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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