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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맨 사설

록맨 시리즈는 닌텐도 기종에서 흥한다!?

빛박사 2021. 8. 29. 18:16

출처 : https://twitter.com/is2_p/status/1430136928532193285

 

이글루스에서 제가 전에 록맨 11 판매량 분석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록맨 11의 출시 초기 판매 추이, 흥행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하는 글이었는데, 출시 초기 각종 차트에서 금세 사라지거나 오프라인 시장에서 덤핑이 빠르게 되는 등, 생각보다 부진한 거 같아서 안타깝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죠. 물론 현재 록맨 11은 시리즈 최다 판매량 갱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예전과 달리 다운로드 판매 등으로 오래도록 팔리는 비즈니스 형태가 정착된 데다가, 올멀티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판매량이 분산되어 차트 정도로 전체 판매량을 가늠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뭐 아직도 아마존 같은 데서 정가의 70~80% 씩 할인해서 팔리는 거 보면, 초기 출하 물량이 지금도 소화가 안 된 느낌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그 중에서도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록맨 11 출시 당시 이미 상당히 보급되어 있던 PS4나 PC보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위치판이 더 많이 팔렸다는 사실입니다. 2013년 발매되어 2018년까지 1억대 가깝게 팔렸던 PS4보다, 2017년 발매되어 5천만대 정도 수준이었던 스위치에서 록맨 11이 더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출처 : Rockman Corner

여러 가지 데이터를 취합해 최근 나온 록맨 시리즈들 판매량을 대략적으로 추산해본 수치입니다. 록맨 11의 경우 확실하게 스위치용이 다른 기종들 판매량을 압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다른 모음집 같은 경우엔 대동소이하긴 합니다만, 그 역시 스위치가 PS4나 PC보단 낮은 보급률일 때 기록한 수치기에 나름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보입니다.

 

이 정보를 보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록맨 시리즈의 멀티플랫폼 역사에 대해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결론이 나오게 되더군요.

록맨 시리즈가 흥할 때는 언제나 닌텐도 기종과 함께였다 라는 사실을...

 

밀리언 셀러 리스트부터 살펴봅시다. 100만장이 넘은 록맨 시리즈 중에 닌텐도 독점(출시 초기 한정)으로 나온 게임은 록맨 2, 록맨 3, 록맨 X , 록맨 에그제 4 네 작품이네요. 멀티로 발매된 작품은 록맨 11, 록맨 레거시 컬렉션 두 작품입니다. PS로 독점 발매된 록맨 시리즈 중에 밀리언을 돌파한 건 유감스럽게도 단 한 작품도 없습니다. 

 

닌텐도가 게임업계를 씹어먹던 시절 (뭐 지금도 씹어먹고 있긴 하지만) 강력한 라이벌인 PS가 등장하고,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업계의 왕좌는 소니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캡콤도 주력 기종을 PS로 바꾸고, 열심히 게임들을 발매하기 시작했죠. 거기엔 당연히 록맨도 끼어 있었습니다. 록맨 8, 록맨 대시, 록맨 X4 등등, 많은 의욕작들을 발매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록맨은 PS로 주력 기종을 바꾸고 나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게 됩니다 (..) 사실 새턴이나 PC 같은 기종으로도 멀티 발매했기 때문에 PS만의 책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 당시 대세는 누가 뭐래도 PS였기 때문에 PS가 차지하는 파이가 압도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었죠. 아무튼 록맨은 PS에서 별 재미를 못 보고 날로 인지도가 추락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의욕작들이 실패하자 대놓고 저예산으로 게임들을 내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혜성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록맨 에그제입니다. 네. 닌텐도 GBA 독점 게임이었죠. 첫 작품부터 20만장이나 팔리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더니, 작품을 낼 때마다 떡상을 이룩해 결국 4편에 와서는 10년 만에 100만장을 넘어서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록맨의 전성기가 닌텐도와 함께였다는 걸 캡콤도 잘 아는지, SFC로 발매된 록맨&포르테를 내면서 캡콤이 한 말이 "PS로만 록맨을 내서 닌텐도 팬들한테 사죄하는 의미로 개발했다" 였습니다. 하지만 에그제가 대박을 쳤어도 캡콤은 PS로도 계속 록맨 시리즈를 발매하게 됩니다. 그러다 터진 사태가 소니의 휴대기 PSP 초기에 발매된 록맨록맨과 이레귤러 헌터 X의 대실패였죠. 나름 평가도 좋았던 두 작품이 말도 못 할 정도의 참혹한 실패를 기록해서 팬들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물론 그런 실패를 가지고 순전히 기종 탓만 하는 것은 무리가 있긴 합니다. PSP 기종 탓에 실패했다..라고 넘겨짚기엔 너무나 많은 히트작을 가지고 있는 게임기가 PSP이기도 하고요. 

 

그럼 이쯤 돼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은 이겁니다. 왜 록맨은 다른 기종들보다 닌텐도 기종에서 흥하는가?

 

이유를 딱 하나로 꼬집어서 말하기엔 어렵다고 봅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여러 부수적인 요인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닌텐도 기종에는 저연령층이 다른 기종들보다 훨씬 많다.

 

이나후네가 항상 얘기하던 게 록맨은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란 소리였죠. 역사가 30년을 넘어갔지만, 이 기조 자체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클래식으로 입문한 사람, X로 입문한 사람, 에그제로 입문한 사람...각자 입문했던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록맨 팬들은 미성년 시절에 록맨을 처음 접하고 팬으로 입문하게 됩니다. 그러니 저연령층의 비율이 높은 닌텐도 기종에서 자연스럽게 록맨을 접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유감스럽게도, 어렸을 적 록맨을 좋아했던 사람도 나이를 먹은 후엔 록맨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케이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성인이 돼서 새롭게 입문하는 경우는 더욱 더 적을 거 같구요. 시대의 진화와 함께 게임도 계속 진화해 가는데, 록맨의 게임성, 완성도가 시대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요. 성인이 된 팬들에게 록맨에 대한 팬심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유저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캡콤이 노력하는 수 밖에는 없을 거 같네요 ㅎㅎ

 

개인적으론 성인들을 위한 딥다크한 록맨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개발 취소된 매버릭 헌터가 약간 그런 느낌이었죠) 나오면 당연히 환호할 거 같기는 한데, 그게 시리즈를 위해 옳은 결정이 될지는 저도 장담을 못 하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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