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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맨연구소
시리즈를 나락으로 보낸 그 게임 록맨X7을 오랜만에 한 소감 본문

록맨X7에 대한 소감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잠시 했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재평가 기류가 있었던 X5,6와 달리, X7 만큼은 한결같이 팬들에게 똥겜 취급받고 있었거든요 😂 첫 소감이 아니라 오랜만에 쓰는 소감글인데, 어차피 인터넷에 널려있는 X7 혹평을 또 되풀이해 봐야 데이터 낭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죽어라 까기만 할 거면 소감글 쓰지 않아야겠다 맘먹고 게임을 플레이했는데요. 3회 차 플레이를 마치고 제가 이 소감글을 쓰기로 작정했다는 건...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아니 왜 재밌는 거냐고 ㅋㅋㅋ
저도 예상을 못 했는데, 사상 처음으로 X7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이십 몇 년 전에 록맨X7을 처음 즐겼을 때를 회상해 보면...

"언젠가 사고 칠 거 같더니 드디어 올 게 왔구만"
이런 감상이었습니다. 게임하는 내내 "아이고 이 화상들아 이걸 이렇게 만들면 우짜냐 ㅠㅠ" 하면서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표출하곤 했죠. 때려치우고 싶은 욕망을 겨우겨우 붙잡아가며 어떻게든 클리어는 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선 기억에서 지워버렸지요. 이 게임은 영원히 록맨 넘버링 최악의 타이틀이란 오명을 굳건히 지키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오랜만에 다시 즐긴 X7은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자타공인 못 만든 게임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좋게 봐줄 만한 점들이 없는 건 아니더군요.

팬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X1~4편까지는 라이드아머가 항상 바뀌어 왔었습니다. 그래서 신작이 나올 때면 '이번에는 어떤 라이드아머가 나올까' 두근두근하며 기대하곤 했었죠. 하지만 X5,6는 4편의 라이드아머를 고대로 재탕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저의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호프 (...) X7은 달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라이드아머! 그것도 2종류나! 😁 개인적으로 새로운 라이드아머가 등장한 것 못지않게 좋았던 점은, X시리즈 최초로 스테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드아머로만 진행할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감질맛 나게 좀 타다 강제로 내려야만 했던 이전작들과는 달리, 마음껏 학살해 가며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X7의 라이드아머 스테이지는 사이다 같은 청량함을 안겨주더군요. 안타까운 건, 라이드아머의 조작감, 타격감이 별로다 보니 이런 참신한 시도조차 기억되지 못할 정도로 묻혀버리고 말았다는 거 (..)

최신작인 듀얼 오버라이드에서 보스들 체력을 각자 다르게 설정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실은 X7이 그런 시스템을 먼저 도입했었더군요. 워낙 오래전에 해서 그런지 이런 게 있었나 싶어서 놀라웠습니다.

PS2로 하던 유저들에게 거의 악몽과도 같았던 로딩 화면. 시대의 발전에 힘입어 컬렉션 버전의 X7 로딩은 자주 나오긴 해도 그리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짧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X7의 플레이 감각이 이전보다 훨씬 좋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인 듯싶네요.

PS2로 X7을 즐길 당시 그래픽이 지저분해서 눈이 아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컬렉션의 X7은 그래픽 자체는 구릴지언정, 높은 해상도로 깨끗하게 출력해 주니까 한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역시 테크놀로지는 위대함 😁

예전에 플레이했을 때는 멋모르고 처음부터 제로를 자주 써서 피똥싸며 플레이했지만, 이번에는 초회차에 엑셀 위주로 플레이해서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회차마다 육성 캐릭터를 정해놓고 플레이하니까 난이도가 수직하락.
칭찬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벌써? 이제 딜 타임을 가져보겠습니다. 웹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대표적인 단점들. 느려터진 속도감 & 조작감, 3D게임 초창기가 생각나는 시점, 개떡 같은 판정, X의 뒤늦은 참전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얘기해 봐야 지겨울 뿐이니 좀 소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들을 언급해 보자면...

X7이 기본적인 마감도 되지 않았다고 느꼈던 사례 중 하나가, 하트 같은 레어아이템을 먹었을 때의 반응. X시리즈에서 하트를 먹으면 특유의 효과음과 함께 에너지가 늘어나는 연출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근데 X7은 하트를 먹어도 효과음도 없고 아무 연출이 없어서 내가 잡템을 실수로 먹었나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지겹게 하나하나 나열하는 구출자 리스트. 스킵 안 되는 회화신 등. 유저들의 성질을 긁는 느려터진 템포는 X7의 특징입니다.

이거 만든 기획자는 진심...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라이드체이서 안 타고 그냥 걸어 다니면서 회수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

3D 게임이라면 의례 이런 걸 넣어놓는 게 그때 그 시절의 특징이었는지도...하지만 조작반전까지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겁니다.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터지는 중간 보스 빙글이 (제가 지은 별명)

디자이너가 어떻게든 칼퇴가 하고 싶어 만든 게 아닌가 싶은 디자인의 퉁퉁이 (역시 제가 지은 별명)

난해함을 넘어서서, 아예 패턴 자체가 박살 나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 하이에나전.

록맨의 리니지화. 보스 공격에 아무런 넉백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런 식으로 가만히 서서 패도 클리어되는 맛이 간 밸런스가 게임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무적 시간 두 배 파츠 같은 건 게임을 조금만 해보면 절대 넣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죠. 보스의 돌진 공격에는 넉백이 없는데 띵띵띵 대는 이상한 감시레이저에는 저 멀리 튕겨나가 낙사 유도하는 게임. 그것이 바로 록맨X7 😅

괴악한 시점과 조작감의 환장할 콜라보 레드전. 밸런스가 안 잡히니 이런 식으로 낙사 유도하는 보스로 만든 건지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스텝롤에 자랑스럽게 띄워놓은 프로덕션 스튜디오3 ㅎㅎ
X시리즈의 컨셉, 게임성을 3D로 옮기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3개발부의 개발력으론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X7은 이 상태로 발매해서는 안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발매 취소를 하던지, 재개발을 하던지 어떻게 해서든 수습을 했어야 했는데, 캡콤은 들인 돈이 아까워서인지 그대로 발매 강행. 그 후 X시리즈의 미래는 아시다시피...
그래도 간만에 다시 즐긴 X7은 처음 즐겼을 때의 그 답답하고 안타까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맞으면서 맞딜로 보스 조지는 록맨이 또 언제 나오겠습니까 😁 이미 지나간 일은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체념하고 순수하게 게임으로서 즐겨보니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장점도 보이는 등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거 같네요 ㅎㅎ 어쩌면 듀얼 오버라이드의 긍정적인 뉴스들 덕분에 텐션이 올라가서 그런 건지도...
이제 컬렉션2의 남은 타이틀은 X8뿐인데, X8은 앞선 3작품과 달리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다고 생각하기에, 재소감글은 작성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X컬렉션 마무리 하고, 내년에 제로 컬렉션 도전과제 올클리어에 도전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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